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지금 당장, 탈석탄을 허하라[11차 전기본 톺아보기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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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 작성일24-08-2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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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탈석탄은 이미 국제표준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신설되는 석탄 발전의 비중은 2006년에 46%를 차지했지만 2022년에는 11%로 대폭 축소되었다. 또한, 국제에너지기구의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는 석탄 발전에 대한 수요는 2030년 기준 18억t에서 2050년 기준 2억4000만t으로 줄어들게 된다.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실질적으로 석탄 발전은 빠르게 퇴출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다.
중국과 인도 다음으로 가장 많은 석탄 발전을 보유한 미국은 탈석탄이 가시화되고 있다. 2014년 이후로는 신규로 건설되는 사업이 전혀 없고, 기존에 운영 중이던 노후 발전소도 매년 10기 이상씩 줄줄이 폐쇄되고 있다. 미시간을 비롯한 6개 주는 이미 2035년까지 탈석탄을 선언했으며, 8개 주는 이미 탈석탄을 완료했다. 현재 미국의 석탄 발전 용량 규모가 200GW라는 점을 고려할 때, 2035년까지 대부분의 석탄 발전은 문을 닫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유럽도 상황은 비슷하다. 2015년 기준으로 150GW가 넘던 석탄 발전 용량은 매년 5%에서 많게는 10%까지 줄어서 지금은 약 110GW 수준이 되었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2030년 기준으로 약 44GW까지 축소될 전망이다. 우리나라 정부가 항상 금과옥조로 여기는 일본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그동안 G7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탈석탄을 선언하지 않았던 일본은 올해 5월 개최된 에너지 장관 회의에서 2035년까지 탈석탄을 합의했다. 이제 탈석탄을 선언하고 이행하지 않는 선진국은 거의 우리나라가 유일한 셈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 발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실망을 넘어 탄식이 나오는 수준이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2030년 기준으로 석탄 발전량의 비중은 전체의 17.4%를 차지하며, 2038년까지 가도 여전히 10% 이상이 남아있게 된다. 사실상 2040년 이후에도 석탄 발전을 유지하겠다는 속셈이다. 국제에너지기구가 지구 온도 상승 제한 목표인 1.5도를 기준으로 2030년 탈석탄을 제안한 것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국제표준과 10년 이상 뒤처지는 셈이다. 더구나 이번 정부의 발표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약속인 ‘임기 내 화력발전 비중 40% 이내로 달성’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지금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국정과제라지만, 그럼에도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버리는 정부의 무책임은 반드시 지적해야 한다.
석탄 발전의 약 20% 정도를 암모니아로 대체하겠다는 계획도 문제투성이다. 뉴스에 따르면, 암모니아를 섞어서 석탄 발전에서 태울 경우, 충남 지역에서만 석탄 발전 4기 분량의 미세먼지가 추가로 발생한다고 한다. 또한, 암모니아 혼소를 위한 추가 설비 투자 규모는 약 3조 원에 달한다고 하니,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다. 석탄 설비에 대한 신규 투자는 오히려 탈석탄을 앞당기는 것을 막고 발전소의 수명 연장을 위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탈석탄 못지않게 속도를 내야 하는 것이 바로 정의로운 전환이다. 석탄 발전소의 폐쇄 일정에 따라 노동자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직무 전환, 교육 등의 구체적인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계획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 정부는 이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기후대응기금에 포함된 작년 정의로운 전환 예산은 애초 213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기금 수입 감소로 140억으로 34% 대폭 삭감되었다. 또한, 노동자의 직무훈련을 지원하는 ‘산업 일자리전환 지원금 사업’의 집행률은 21.9%에 불과했다. 예산 규모는 턱없이 부족하고, 현장의 수요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인데, 국회는 아직 조용하다. 22대 국회가 개원하고 한두 번 토론회가 열렸을 뿐, 탈석탄 법안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몇몇 개별 의원들이 개정안을 제출하고 5만명의 시민이 서명한 청원안도 제출되었으나 상임위에서 제대로 논의도 되지 못하고 모두 폐기 처리되었다. 매일 소진되는 탄소 예산을 생각하면,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다. 탈석탄 연도를 명시하고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담은 법안이 조속히 논의되고 통과되어야 한다. 지금 당장, 탈석탄을 허하라.
칠판에 글씨를 쓸 때 사용하는 분필의 주성분을 옷의 재료가 되는 직물에 얇게 펴 발라 뜨거운 태양광을 튕겨내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렇게 제조한 직물은 주변보다 온도가 4.5도나 낮았다. 여름철에 에어컨 없이도 체온을 낮추는 신개념 의복이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미국 매사추세츠 애머스트대 연구진은 지난주 열린 미국화학협회(ACS) 정례 학술회의를 통해 뜨거운 햇볕을 반사할 수 있는 신개념 직물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 기술의 핵심은 직물에 탄산칼슘을 얇게 바른 것이다. 탄산칼슘은 분필의 주성분이고, 석회석에도 다량 들어있다. 그런데 탄산칼슘 입자는 가시광선과 근적외선을 반사한다.
연구진은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20분의 1인 5마이크로미터(㎛) 두께의 탄산칼슘층을 직물에 코팅한 뒤 한낮 햇볕에 노출시키는 실험을 했다. 연구진이 실시한 실험은 낮 기온이 32도 이상으로 측정되는 화창한 날 외부에서 시행됐다. 강한 태양광을 쪼인 탄산칼슘 코팅 직물의 온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한 것이다.
실험 결과, 탄산칼슘 코팅을 한 직물 아래의 공기 온도가 주변 온도보다 4.5도나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직물로 만든 옷을 입은 사람은 여름철 야외에 있더라도 에어컨이 돌아가는 실내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연구진은 탄산칼슘 코팅이 세탁 뒤에도 최대한 벗겨지지 않도록 특수 처리를 했다고 전했다.
사실 지금도 냉각 효과가 있는 옷을 만들 물질은 있다. 과불화화합물(PFAS)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PFAS는 인체에 유해하다. 체내에 쌓이면 암이나 간 손상 등을 일으킨다. 탄산칼슘을 쓰면 그런 문제를 피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적용된 옷을 입은 사람은 그늘에 서 있을 때보다 시원함을 더 느낄 것이라며 전기 없이도 사람을 더위에서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습지에서 지구의 안부를 묻다 |
애니 프루 지음 |김승욱 옮김 |문학수첩 |264쪽 |1만4000원
습지의 역사는 곧 습지 파괴의 역사였다. 세계 습지의 대부분은 마지막 빙하기 때 빙하가 녹아 콸콸 쏟아지면서 생겨났다. 펜((Fen·풀이 많고 수심이 깊은 지대), 보그(Bog·강우가 수원이 되고 수심이 얕은 지대) 스웜프(Swamp·수심이 많이 얕고 나무와 덤불이 무성한 지대), 바다 후미 등 습지는 자원이 풍부한 곳이었고, 그 곳에 서식하는 수많은 생물을 먹여 살렸다. 그러나 인간의 수가 급증하면서 사람들은 습지를 쓸모없는 땅으로 간주하며 물을 빼내 농경지와 택지로 바꿨다. 특히 산업혁명 이후 습지는 본격적으로 벌목, 개척, 개간 등 개발의 대상이 됐다.
<습지에서 지구의 안부를 묻다>는 문명화를 내세워 명맥이 끊겨버린 습지의 역사, 습지의 생태학적 역할과 환경적 가치, 과거 예술작품에 담긴 습지의 문화사적 의미 등 역사·환경·문화·예술 등 온갖 분야에 걸쳐 습지에 대해 다룬 책이다. 퓰리처상,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작가이자 한국에서는 영화 <브로큰백 마운틴>의 원작자로 알려진 애니 프루가 쓴 두 번째 논픽션이다.
저자는 수백 년 전 쓰여진 습지와 관련한 자료, 문헌 등을 살피면서 과거 습지 생태계가 어떻게 구성됐었는지를 보여준다. 습지를 개발해 습지 주민들을 농촌 노동자로 만들려 했던 국가와 정부의 배수사업에 맞서 자신의 삶을 터전을 지키려고 했던 주민들의 충돌 등 사회학적 맥락도 다룬다. 또 <월든> <신곡> <라쇼몽> 등 세계적인 문학 작품들에서 습지가 어떻게 묘사돼 왔으며 인간에게 어떤 영감을 주는 공간이었는지도 소개한다. 이같은 접근은 늘 무시받고 약탈대상이 되었던 습지가 실은 생명력 넘치는 공간이며, 인간의 정서를 풍요롭게 하는 곳이었음을 상기시킨다.
무엇보다 저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기후위기 시대에 습지의 의미이다. 저자는 기후위기의 대표적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 문제에서 습지가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열대 스웜프 숲은 지구 전역에서 지하에 묻혀있는 탄소 중 무려 1/3을 붙잡아 두고 있으며 툰드라 지역 특유의 팔사 보그는 식물들이 얼어붙은 영구동토층 위에 자리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수천년 동안 탄소를 가둬두는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또 맹그로브 스웜프는 해수면 상승을 최전선에서 막아주는 중요한 방어막이자 열대림보다 다섯 배나 성능이 좋은 이산화탄소 흡수제라고 전한다. 반면 배수사업 등으로 훼손된 습지에서는 붙잡아 두고 있던 메탄과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쏟아져 나와 온실가스 배출원으로 역변하기도 한다.
습지는 산업혁명 이후 급속도로 파괴됐다. 저자는 영국을 예로 들며, 과거 습지의 한 형태인 펜의 총면적이 4만145제곱킬로미터(경기도의 약 3.9배)였으나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인클로저 운동, 가차 없는 배수사업, 산업화와 도시화로 남아 있는 펜은 원래 면적의 1%도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쓸모없는 땅으로 간주되어 온 습지의 중요성이 주목받은 것은 20세기 후반에 이르러서다. 1971년 습지와 습지의 자원을 보전하기 위한 국제협약인 ‘람사르 협약’이 맺어지는 등 습지를 보존하는 움직임과 나아가 파괴된 습지를 복원하는 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습지 파괴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예컨대 습지에서 자라는 맹그로브나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블루카본’의 중요한 일원이다. 그러나 맹그로브가 서식하는 맹그로브 스웜프는 여전히 개발의 대상이다. 2020년 멕시코에서는 대규모 정유공장을 지을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 광대한 맹그로브 숲이 사라졌다. 동남아 등지에서는 산업형 새우 양식장 야자유 농장, 논 등으로 활용되기 위해 지금도 맹그로브 스웜프가 파괴되고 있다.
극단을 뒷받침한 극단, 그 뒤틀린 뿌리는
‘찐 덕후’가 파헤친 스티븐 킹의 작품 세계…창작 뒷얘기 흥미진진
향신료 확보하라 대항해시대 각축전 벌인 유럽 열강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파괴는 쉽지만 복원은 어렵다. 이라크에서는 1991년 5000년의 역사를 지닌 이라크의 마사 아랍스 습지에서 배수사업을 실시했다. 2003년 다시 이 습지의 복원작업이 시작됐으나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어렵게 진행되고 있다. 2001년부터 영국 케임브리지셔에서는 5헥타르(축구장 6.7개 정도의 면적)의 작은 땅이지만 100년에 걸쳐 손상된 펜을 복원하려는 ‘그레이트 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저자는 망가진 자연을 되돌리고 복원하는 일이 엄청나게 어렵다는 사실을 우리가 점점 깨닫고 있다. 터주를 제자리에 되돌려 놓는 일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정말 어렵다라며 건축과 파괴에는 뛰어난 솜씨를 보여주는 인류가 자연계를 복원하는 일에는 불쌍할 정도로 미숙하다. 그냥 우리 적성에 안 맞는 일이다라고 토로한다. 그럼에도 복원을 포기하지 않고 나선 이들의 이야기와 습지의 존재는 독자들로 하여금 조용한 희망을 걸고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일러준다.
중국과 인도 다음으로 가장 많은 석탄 발전을 보유한 미국은 탈석탄이 가시화되고 있다. 2014년 이후로는 신규로 건설되는 사업이 전혀 없고, 기존에 운영 중이던 노후 발전소도 매년 10기 이상씩 줄줄이 폐쇄되고 있다. 미시간을 비롯한 6개 주는 이미 2035년까지 탈석탄을 선언했으며, 8개 주는 이미 탈석탄을 완료했다. 현재 미국의 석탄 발전 용량 규모가 200GW라는 점을 고려할 때, 2035년까지 대부분의 석탄 발전은 문을 닫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유럽도 상황은 비슷하다. 2015년 기준으로 150GW가 넘던 석탄 발전 용량은 매년 5%에서 많게는 10%까지 줄어서 지금은 약 110GW 수준이 되었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2030년 기준으로 약 44GW까지 축소될 전망이다. 우리나라 정부가 항상 금과옥조로 여기는 일본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그동안 G7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탈석탄을 선언하지 않았던 일본은 올해 5월 개최된 에너지 장관 회의에서 2035년까지 탈석탄을 합의했다. 이제 탈석탄을 선언하고 이행하지 않는 선진국은 거의 우리나라가 유일한 셈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 발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실망을 넘어 탄식이 나오는 수준이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2030년 기준으로 석탄 발전량의 비중은 전체의 17.4%를 차지하며, 2038년까지 가도 여전히 10% 이상이 남아있게 된다. 사실상 2040년 이후에도 석탄 발전을 유지하겠다는 속셈이다. 국제에너지기구가 지구 온도 상승 제한 목표인 1.5도를 기준으로 2030년 탈석탄을 제안한 것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국제표준과 10년 이상 뒤처지는 셈이다. 더구나 이번 정부의 발표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약속인 ‘임기 내 화력발전 비중 40% 이내로 달성’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지금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국정과제라지만, 그럼에도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버리는 정부의 무책임은 반드시 지적해야 한다.
석탄 발전의 약 20% 정도를 암모니아로 대체하겠다는 계획도 문제투성이다. 뉴스에 따르면, 암모니아를 섞어서 석탄 발전에서 태울 경우, 충남 지역에서만 석탄 발전 4기 분량의 미세먼지가 추가로 발생한다고 한다. 또한, 암모니아 혼소를 위한 추가 설비 투자 규모는 약 3조 원에 달한다고 하니,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다. 석탄 설비에 대한 신규 투자는 오히려 탈석탄을 앞당기는 것을 막고 발전소의 수명 연장을 위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탈석탄 못지않게 속도를 내야 하는 것이 바로 정의로운 전환이다. 석탄 발전소의 폐쇄 일정에 따라 노동자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직무 전환, 교육 등의 구체적인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계획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 정부는 이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기후대응기금에 포함된 작년 정의로운 전환 예산은 애초 213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기금 수입 감소로 140억으로 34% 대폭 삭감되었다. 또한, 노동자의 직무훈련을 지원하는 ‘산업 일자리전환 지원금 사업’의 집행률은 21.9%에 불과했다. 예산 규모는 턱없이 부족하고, 현장의 수요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인데, 국회는 아직 조용하다. 22대 국회가 개원하고 한두 번 토론회가 열렸을 뿐, 탈석탄 법안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몇몇 개별 의원들이 개정안을 제출하고 5만명의 시민이 서명한 청원안도 제출되었으나 상임위에서 제대로 논의도 되지 못하고 모두 폐기 처리되었다. 매일 소진되는 탄소 예산을 생각하면,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다. 탈석탄 연도를 명시하고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담은 법안이 조속히 논의되고 통과되어야 한다. 지금 당장, 탈석탄을 허하라.
칠판에 글씨를 쓸 때 사용하는 분필의 주성분을 옷의 재료가 되는 직물에 얇게 펴 발라 뜨거운 태양광을 튕겨내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렇게 제조한 직물은 주변보다 온도가 4.5도나 낮았다. 여름철에 에어컨 없이도 체온을 낮추는 신개념 의복이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미국 매사추세츠 애머스트대 연구진은 지난주 열린 미국화학협회(ACS) 정례 학술회의를 통해 뜨거운 햇볕을 반사할 수 있는 신개념 직물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 기술의 핵심은 직물에 탄산칼슘을 얇게 바른 것이다. 탄산칼슘은 분필의 주성분이고, 석회석에도 다량 들어있다. 그런데 탄산칼슘 입자는 가시광선과 근적외선을 반사한다.
연구진은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20분의 1인 5마이크로미터(㎛) 두께의 탄산칼슘층을 직물에 코팅한 뒤 한낮 햇볕에 노출시키는 실험을 했다. 연구진이 실시한 실험은 낮 기온이 32도 이상으로 측정되는 화창한 날 외부에서 시행됐다. 강한 태양광을 쪼인 탄산칼슘 코팅 직물의 온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한 것이다.
실험 결과, 탄산칼슘 코팅을 한 직물 아래의 공기 온도가 주변 온도보다 4.5도나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직물로 만든 옷을 입은 사람은 여름철 야외에 있더라도 에어컨이 돌아가는 실내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연구진은 탄산칼슘 코팅이 세탁 뒤에도 최대한 벗겨지지 않도록 특수 처리를 했다고 전했다.
사실 지금도 냉각 효과가 있는 옷을 만들 물질은 있다. 과불화화합물(PFAS)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PFAS는 인체에 유해하다. 체내에 쌓이면 암이나 간 손상 등을 일으킨다. 탄산칼슘을 쓰면 그런 문제를 피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적용된 옷을 입은 사람은 그늘에 서 있을 때보다 시원함을 더 느낄 것이라며 전기 없이도 사람을 더위에서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습지에서 지구의 안부를 묻다 |
애니 프루 지음 |김승욱 옮김 |문학수첩 |264쪽 |1만4000원
습지의 역사는 곧 습지 파괴의 역사였다. 세계 습지의 대부분은 마지막 빙하기 때 빙하가 녹아 콸콸 쏟아지면서 생겨났다. 펜((Fen·풀이 많고 수심이 깊은 지대), 보그(Bog·강우가 수원이 되고 수심이 얕은 지대) 스웜프(Swamp·수심이 많이 얕고 나무와 덤불이 무성한 지대), 바다 후미 등 습지는 자원이 풍부한 곳이었고, 그 곳에 서식하는 수많은 생물을 먹여 살렸다. 그러나 인간의 수가 급증하면서 사람들은 습지를 쓸모없는 땅으로 간주하며 물을 빼내 농경지와 택지로 바꿨다. 특히 산업혁명 이후 습지는 본격적으로 벌목, 개척, 개간 등 개발의 대상이 됐다.
<습지에서 지구의 안부를 묻다>는 문명화를 내세워 명맥이 끊겨버린 습지의 역사, 습지의 생태학적 역할과 환경적 가치, 과거 예술작품에 담긴 습지의 문화사적 의미 등 역사·환경·문화·예술 등 온갖 분야에 걸쳐 습지에 대해 다룬 책이다. 퓰리처상,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작가이자 한국에서는 영화 <브로큰백 마운틴>의 원작자로 알려진 애니 프루가 쓴 두 번째 논픽션이다.
저자는 수백 년 전 쓰여진 습지와 관련한 자료, 문헌 등을 살피면서 과거 습지 생태계가 어떻게 구성됐었는지를 보여준다. 습지를 개발해 습지 주민들을 농촌 노동자로 만들려 했던 국가와 정부의 배수사업에 맞서 자신의 삶을 터전을 지키려고 했던 주민들의 충돌 등 사회학적 맥락도 다룬다. 또 <월든> <신곡> <라쇼몽> 등 세계적인 문학 작품들에서 습지가 어떻게 묘사돼 왔으며 인간에게 어떤 영감을 주는 공간이었는지도 소개한다. 이같은 접근은 늘 무시받고 약탈대상이 되었던 습지가 실은 생명력 넘치는 공간이며, 인간의 정서를 풍요롭게 하는 곳이었음을 상기시킨다.
무엇보다 저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기후위기 시대에 습지의 의미이다. 저자는 기후위기의 대표적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 문제에서 습지가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열대 스웜프 숲은 지구 전역에서 지하에 묻혀있는 탄소 중 무려 1/3을 붙잡아 두고 있으며 툰드라 지역 특유의 팔사 보그는 식물들이 얼어붙은 영구동토층 위에 자리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수천년 동안 탄소를 가둬두는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또 맹그로브 스웜프는 해수면 상승을 최전선에서 막아주는 중요한 방어막이자 열대림보다 다섯 배나 성능이 좋은 이산화탄소 흡수제라고 전한다. 반면 배수사업 등으로 훼손된 습지에서는 붙잡아 두고 있던 메탄과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쏟아져 나와 온실가스 배출원으로 역변하기도 한다.
습지는 산업혁명 이후 급속도로 파괴됐다. 저자는 영국을 예로 들며, 과거 습지의 한 형태인 펜의 총면적이 4만145제곱킬로미터(경기도의 약 3.9배)였으나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인클로저 운동, 가차 없는 배수사업, 산업화와 도시화로 남아 있는 펜은 원래 면적의 1%도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쓸모없는 땅으로 간주되어 온 습지의 중요성이 주목받은 것은 20세기 후반에 이르러서다. 1971년 습지와 습지의 자원을 보전하기 위한 국제협약인 ‘람사르 협약’이 맺어지는 등 습지를 보존하는 움직임과 나아가 파괴된 습지를 복원하는 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습지 파괴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예컨대 습지에서 자라는 맹그로브나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블루카본’의 중요한 일원이다. 그러나 맹그로브가 서식하는 맹그로브 스웜프는 여전히 개발의 대상이다. 2020년 멕시코에서는 대규모 정유공장을 지을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 광대한 맹그로브 숲이 사라졌다. 동남아 등지에서는 산업형 새우 양식장 야자유 농장, 논 등으로 활용되기 위해 지금도 맹그로브 스웜프가 파괴되고 있다.
극단을 뒷받침한 극단, 그 뒤틀린 뿌리는
‘찐 덕후’가 파헤친 스티븐 킹의 작품 세계…창작 뒷얘기 흥미진진
향신료 확보하라 대항해시대 각축전 벌인 유럽 열강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파괴는 쉽지만 복원은 어렵다. 이라크에서는 1991년 5000년의 역사를 지닌 이라크의 마사 아랍스 습지에서 배수사업을 실시했다. 2003년 다시 이 습지의 복원작업이 시작됐으나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어렵게 진행되고 있다. 2001년부터 영국 케임브리지셔에서는 5헥타르(축구장 6.7개 정도의 면적)의 작은 땅이지만 100년에 걸쳐 손상된 펜을 복원하려는 ‘그레이트 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저자는 망가진 자연을 되돌리고 복원하는 일이 엄청나게 어렵다는 사실을 우리가 점점 깨닫고 있다. 터주를 제자리에 되돌려 놓는 일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정말 어렵다라며 건축과 파괴에는 뛰어난 솜씨를 보여주는 인류가 자연계를 복원하는 일에는 불쌍할 정도로 미숙하다. 그냥 우리 적성에 안 맞는 일이다라고 토로한다. 그럼에도 복원을 포기하지 않고 나선 이들의 이야기와 습지의 존재는 독자들로 하여금 조용한 희망을 걸고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일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