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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삶]오천 원만 주면 키스해주는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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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 작성일24-06-29 03:04 조회2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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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소설 <오천 원만 주면 키스해주는 놈>의 주인공은 학교 옥상에서 단돈 5000원에 ‘키스장사’를 하는 남고생 은서현이다. 소설이 연재된 2006년 기준 최저시급은 3100원이었으니 은서현은 시급보다 조금 더 높은 가격에 자신의 키스를 판 것이다.
현재 물가를 적용하면 은서현의 키스 서비스 가격은 회당 1만5000원이다. 나는 엄마에게 물었다. 1만5000원만 주면 키스를 해주는 놈이 있는데 그 가격이 과연 적절한 것 같으냐고. 엄마는 나를 몇 차례나 무시하다가 겨우 대답을 해주었다. 그게 무슨 장사야. 시급은 왜 따지고 앉아 있어. 나는 똑같은 질문을 챗GPT에게도 해봤다. 챗GPT는 시원스럽게 답을 했다. ‘남자 고등학생이 회당 1만5000원에 키스를 판매하는 행위는 윤리적, 법적, 사회적, 정서적 측면에서 모두 부정적인 결과를 만듭니다.’
한때 나는 ‘청첩장만 주면 결혼식에 와주는 놈’이었다. 취직을 한 후 나는 ‘멀쩡한 나’를 만드는 데 온 정신을 몰두했다. 그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가출, 자퇴, 우울증이라는 과거의 경험과 지금의 나를 단절시키는 것이었는데 누군가의 예식에 참석하는 일은 그 문제를 아주 쉽게 해결해주었다. 옷장에서 가장 단정한 옷을 골라 입을 때, ‘슈퍼 그레이트 파라다이스 그랜드 갤럭시 홀’에 도착해 축의금이 담긴 봉투를 내밀 때, 두 사람의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환희의 박수를 보낼 때…. 나는 그 모든 순간들을 ‘잘 살고 있다’는 감각으로 치환한 뒤, 그 장면들에 나의 앞날을 포개며 내 우울한 과거를 잊고는 했다.
하지만 그 환상의 효력은 크지 않았다. 연차가 쌓일수록 업무는 가중되었지만 인력은 충원되지 않았다. 일을 관두면 당장의 생계를 걱정해야 했던 나는 주말에도 쉴 수가 없었다. 친구와 가족들 사이에서 ‘세상 바쁜 척은 혼자 다 하는’ 정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지만, 급여는 내가 바빠지는 만큼 오르는 것이 아니었다. 날마다 추가 근무를 하면서 이제는 사라졌다고 생각한 과거의 나를 불쑥불쑥 마주했다. 더 이상 그 누구의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청첩장을 받으면 입금부터 했다. 삶이 고된 건 모두가 비슷할 텐데, 너희는 결국 결혼을 해내는구나. 메시지엔 축하 대신 경이로움을 담아 보냈다. 수없이 많은 축의금을 계좌로 송금하는 동안 나는 세상에게 ‘비혼주의자’로 불리거나 ‘저출생의 원인’으로 지목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아무런 변명도 하지 못했다. 그 무렵 나에겐 결혼과 출산을 계획하는 것보다 내 삶을 보호하기 위한 해결과제들이 산적한 상황이었다.
학살이 돈이 되는 세계
요리와 글쓰기
공간에 머무는 기억
그래서 나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인스타 팔로워 구매 대책’을 보며 국가가 환상 속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육아휴직 급여 80% 인상, 출산휴가 확대, 초등학교 야간자율 학습 실행, 신생아 대출 소득 기준 완화…. 모든 대책에서 일관적으로 읽히는 것은 ‘일단 낳기만 하면 된다’는 메시지다.
그러나 사람들은 모든 메시지를 수신하고 그 맥락 안에서 자신들의 삶을 가동한다. 지금 정부는 ‘일단’ 태어난 아이가 어떤 노동환경에서 근무하든, 그 아이가 국방의 의무를 지다 어떤 사고를 당하든 책임지지 않겠다는 말을 아이를 낳으라는 말과 함께 한다. 구조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월세방과 사기위험이 도사리는 전셋집을 전전하는 청년들과, 모든 정책에서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존재’로만 제한된 여성들은 그래서 더더욱 그 대책을 납득할 수가 없다. 사람들이 어떤 환경에서 살든 국가가 제대로 돌보지 않는 세상에서 ‘250만원만 주면 출산해주는 놈’ 같은 건 없다. 마트 행사처럼 출산정책에 혜택을 계속 보탠다 한들, 강해지는 것은 국가의 이 거대한 망상 속에서 내 삶을 스스로 구해야 한다는 생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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