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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앞으로 앞으로 가지 않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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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 작성일24-06-27 06:02 조회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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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6·25여서 그런지 이런 노래 가사가 떠올랐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낙동강아 잘 있거라 우리는 전진한다…. ‘라떼는’ 이야기가 멋쩍지만 1970년대 여자아이들은 이 노래를 부르면서 고무줄놀이를 했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1950년 9·28 서울수복 직후 명동에서 마주친 작사가 유호와 작곡가 박시준이 서로 무사함을 확인하고 반가운 나머지 밤새 술을 마신 뒤 만든 노래라고 한다. 참혹한 전쟁 와중에서도 승기를 잡았다는 희망이 느껴지는 이 노래를 어렸을 때 우리는 고무줄놀이의 승자가 되겠다는 심정으로 불렀던 것 같다.
그런데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는 일은 전쟁이 아닌 평화로운 일상에서도, 폐허를 딛고 세계에서 손꼽는 부자가 된 나라에서도 계속된다. 노래 가사가 떠오른 이유는 6·25 때문이라기보다 화성의 리튬전지 공장에서 일어난 참사 소식 때문이다. 몇년 전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이 사회적 관심사가 되었을 때 한 방송사는 ‘일하다가 죽지 않게’라는 인상적인 구호를 내걸었는데 여전히 일하다가 죽는, 전쟁 같은 노동이 반복되고 있다. 더구나 이번 사망자 대부분이 재중동포 여성 노동자였다는 사실은 재해가 어김없이 가장 소외된 취약계층을 덮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오래전 뉴스가 이 일과 겹쳐진다. 2013년 방글라데시 의류산업 노동자들이 일하는 8층짜리 건물 라나플라자가 무너져서 1129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는 의류산업 역사상 가장 끔찍한 사건으로 기록돼 있다. 그렇지만 같은 해, 방글라데시에 제조회사를 둔 미국의 패스트패션 브랜드는 역대 최고 이익을 기록했다. 낮은 임금을 받으면서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는 이들의 죽음을 담보로 품질 좋고 값싼 공산품이 만들어진다는 건 이제 상식에 속한다. 그러나 오늘의 한국과 10여년 전 방글라데시가 그리 다르지 않다. 안전교육을 받지 않은 일용직 외국인 노동자를 데려다가 쓴 이유는 임금이 낮기 때문이다.
우연이지만 사고가 터진 날, 한국소비자원발로 보도된 기사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알카라인 배터리의 가성비 비교 결과를 알려준다. 14개 제품 가운데 다이소가 중국에서 수입한 배터리가 가격 대비 지속시간이 가장 길다는 것이다. 가성비란 결국 생산단가를 낮추는 일이고 그 안에는 노동 착취도 들어있다. 우리가 싼 가격으로 좋은 물건을 많이 소비하는 동시에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죽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별로 설득력이 없다. 참사를 막는다는 것은 제값을 치러야 한다는 뜻이다. 안전한 건물과 설비를 구축하고 안전점검과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데는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경제성장을 위해, 결국 더 많은 생산과 소비를 위해 전쟁처럼 살아왔던 지난날을 벗어나자고 그토록 이야기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사람의 목숨보다 경제적 이익을 앞세우는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용산참사의 비극, 세월호의 비극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가는 상황은 끝나지 않는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제대로 적용하거나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생명을 지키는 일이 물건값을 제대로 치르고 소비를 줄이는 데 달려있다는 점을 사회 전체가 자각하는 일이 필요하다. 아직 충분히 소비하지 못하는 계층과 낙수효과에 대한 이야기가 분명 나오겠지만 일상의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전체 소비를 줄여야 할 때다.
그린워싱의 극치, 산업폐기물 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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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대 전쯤, 페미니스트들은 왜 여성의 가사노동에는 임금을 지불하지 않는지 질문함으로써 놀라운 발견으로 나아갔다. 사회에서 직업으로 인정받는 생산 노동의 아래에는 여성의 돌봄(재생산) 노동, 자연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자급 노동, 정치·경제적 식민지와의 불평등한 교환 그리고 자원 창고이자 폐기물 처리장으로서의 자연에 대한 착취라는 지층이 켜켜이 들어있으며 이 모든 것이 산업 생산을 떠받친다. 지금 우리는 비숙련 외국인 노동자와 자연에 이르기까지 정당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의무를 부여받고 있다.
생명을 중히 여기지 않거나 지켜주지 못하는 곳에 생명이 깃들 리 없다. 사회적 참사가 쌓일수록, 그것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채 덮일수록 죽음의 문화가 지배한다. 젊은이들이 아이를 안 낳는 이유는 삶보다 죽음을 가깝게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지원금이나 육아휴직만으로 해결할 순 없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인구감소를 국가비상사태로 선포했지만 아무런 울림을 주지 않는 것은 인구와 사람을 분리하기 때문이다. 인구란 사람의 총합이 아니라 집단으로서의 생산자, 납세자, 소비자, 피부양자를 가리킨다. 사람의 생명을 우선시하는 사회는 참사를 대하는 태도에서 나온다.
제주지역 골프장에서 워터해저드 익사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제주도가 안전 매뉴얼을 제작해 배포하기로 했다.
제주도는 최근 미운영 사업장 1곳을 제외한 28곳의 골프장 내 해저드를 대상으로 안전시설과 인명구조장비 실태를 점검하고, 보완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현장시정과 권고 이행 조치를 취했다고 23일 밝혔다.
현행 법령은 체육시설 이용 안전수칙을 게시하고, 직원 대상 안전교육을 반기별로 1회 이상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점검 결과 안전수칙은 대부분의 골프장에서 적정한 위치에 게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골프장 2곳에서 안전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지 않은 것이 드러나 즉시 시정을 요구했다고 제주도는 밝혔다.
또 연못과 같은 워터 해저드에 추락방지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경우 추가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해저드 연결다리와 카트가 다니는 도로 인접부근에도 추락방지시설을 설치할 것을 권고했다. 해저드에 위험주의 표지판과 구명환, 구명로프를 비치할 것을 요구했다
제주도는 시정과 권고를 요구한 사항은 하반기 점검 때 다시 확인하고, 미이행 때는 시정명령의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이번 조사에서 캐디 없이 셀프 라운드가 가능한 9개 골프장에서는 이용객을 상대로 골프 카트를 운행할 때 이용수칙 고지와 서명을 받는데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일부 골프장은 5회 이상 시범운행 후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고객에게만 셀프 라운드를 허용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골프장 자체적인 안전사고 예방 매뉴얼 관리에는 한계가 있어 행정기관의 가이드와 지도가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이번 점검에서 발굴된 각종 우수 사례를 포함해 안전관리 매뉴얼을 제작해 이달 중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제주의 한 골프장에서 카트가 워터해저드인 연못에 빠져 탑승자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50대 부부가 탄 카트가 연못에 빠졌고 주변에서 골프를 치던 다른 이용객이 연못에 튜브를 던져 이들을 구조했다.
남편 A씨는 심정지 상태로 구조돼 닥터헬기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아내 B씨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A씨가 운전하던 카트를 후진하다 연못으로 인스타 한국인 팔로워 추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은한 장미 향기처럼 소박하면서 매력적인 도시, 불가리아 소피아에 와 있다. 30년 역사의 소피아대학 한국학과 학생들에게 강연을 하는 귀한 기회를 얻어서, 삼만리 길도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한국어를 배워 K팝을 부르는 것이 관심사인 학생들에게 고전문학을 진지하게 소개하는 일이 가능할지 걱정이었는데, 끝까지 눈을 반짝이며 집중하는 모습이 참 고맙고 놀라웠다. 시대와 언어를 넘어 공감을 주는 문학의 힘을 새삼 느끼는 시간이었다.
소피아대학과 세종학당의 교원들이 참여한 간담회 자리에서 지원이 더 필요한 부분을 묻자, 현지인 교원이 꺼내는 첫마디가 한자 교육에 대한 수요였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어휘력이 중요해지는데, 한자를 모르면 무작정 암기할 수밖에 없어 학생들이 힘들어한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교원들도 한국어의 정확한 구사를 위한 한자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입을 모았다. 삼만리 너머 불가리아에서 예기치 않게 한자 교육 이야기를 들으며, 출국 전 읽은 한 학생의 답안지가 떠올랐다.
성실히 수업 듣고 중간고사도 괜찮게 치른 학생인데, 기말고사 답안지에는 장문의 편지가 쓰여 있었다. 교환학생으로 유럽에 갔을 때 자기 나라의 문화를 설명하며 자부심을 보이는 친구들 사이에서 우리 문화에 대해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한 경험으로 시작해서, 이런 말이 이어졌다. 눈앞에 놓인 간단한 한자조차 프랑스어보다 더 어려운 외계어로 보였습니다. 한국의 교육과정을 나름대로 충실히 이수했는데…. 왜 저는 한국인으로 태어나 외국어만 공부하며 자랐을까요? 우리말과 우리 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뿌리인 한문에 까막눈인 저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답안지에 대한 답장 격의 e메일을 보냈다. 그 부끄러움은 학생의 책임이 아니라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부디 너무 실망하거나 자책하지 말라는 당부였다.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현장에서는 한자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데, 모국어의 한 축인 한자를 전혀 배우지 않고도 우수한 성적으로 공교육을 이수할 수 있는 현실이 과연 정상일까? 소피아의 장미 향기마저 문득 씁쓸하게 느껴지는 아침이다.
이해되지 않는 것들과 살아가기
자객의 추억
착한 사람이 지닌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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