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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1면 사진들] 왜 한국-쿠바 수교사진은 없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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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 작성일24-02-20 22:41 조회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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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설 연휴가 끝나고 다시 일상이 시작되는 날 1면 사진은 대개 서울역 귀경 장면이 차지하곤 합니다. ‘고향의 정 가득 안고 다시 일상으로’ 같은 제목과 함께 말이지요. 익숙한 사진을 머릿속에 그리지만 이를 밀어낼 수 있는 사진을 은근히 기대합니다. 고맙게도 한국 수영의 김우민이 그런 사진을 만들어줬습니다. 그는 카타르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자유형 400m에서 우승했습니다. 박태환 이후 13년 만에 한국 수영의 새 역사를 쓴 것이지요. 뻗은 손목에 새겨진 올림픽 마크는 ‘다음은 올림픽이야’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사진이 그날의 충실한 기록이면서도 어떤 위안의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무거운 일상을 다시 시작하는 이들에게 귀경사진보다는 이 장면이 훨씬 영양가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밤잠 설친 국민을 열불나게 했던 아시안컵이 열렸던 카타르에서 보내온 쾌거여서 더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미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선거 유세에서 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 지출을 늘리지 않으면 러시아가 침공하더라도 돕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파문이 일었습니다. 트럼프의 옛 측근들은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나토를 탈퇴할 수도 있다고 경고도 했지요. 사흘이 지나버린 사진을 1면에 쓰긴 부담스러웠습니다. 다행히도 이날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카니발 ‘참회의 월요일’ 퍼레이드에 등장한 트럼프 조형물 사진이 눈길을 끌었지요. 나치 문양의 성조기를 든 트럼프가 이날 가장 뜨거웠던 외신뉴스에 어울리는 사진이었습니다. 이 사진과 겨뤘던 후보 사진은 ‘조국 전 장관의 창당 선언’과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의사협회’ 사진이었습니다.
1면 사진 후보가 많아지는 날은 보통 확실한 1면이 없는 날입니다. 이날 후보군에 든 사진은 ‘기후정치 원년 시민선언’과 ‘의사협회 비대위 위원장 회견’과 ‘수영 황선우의 자유형 200m 우승’과 ‘대학가 원룸 정보 알림판’ 사진이었습니다. 어떤 사진도 튀어 보이지 않는 날은 1면이어야 할 이유보다 1면으로 부족한 이유를 대면서 떨어뜨리는 방식이 효율적입니다. 이틀 전 1면 김우민 우승 사진과 비슷한 황선우 사진이 탈락하고, 의사협회 비대위 회의는 연일 계속되는 이슈에 신선도가 좀 떨어진다는 이유로 탈락, 기후정치 시민선언은 안쪽에 쓰면 될 거라며 탈락했습니다. 결국 대학가의 치솟는 월세에 속 타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은 기사에 맞춘 스케치 사진이 남았습니다. 가끔 사진도 스스로 견디고 헤쳐나가는 힘이나 운명 따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출근하면서 이날 유력한 1면 사진은 한국-쿠바 수교 장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역사적인 수교인데 관련 사진이 어디에도 없습니다. 외교부 쪽에 문의해도 없답니다. 기록 자체를 안 한 것인지, 사진은 있지만 풀 수는 없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중에 후배들이 이날 하루 기록한 사진들이 속속 마감이 됐습니다. 가슴을 파고 드는 사진이 보였습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딸의 대학 명예졸업식에 참석한 아버지가 딸이 쓰던 기숙사 방을 둘러보는 모습입니다. 나란한 침대에 두 영정사진이 인스타 팔로워 구매 참 아팠습니다. 기숙사 룸메이트인 유연주씨와 진세은씨는 참사 당일 이태원에 갔다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안쪽 사회면 관련 기사에 물릴 사진이라 생각했던 일정이었는데 유력한 1면 후보로 급부상했고, 회의 참석자들의 흔쾌한 지지를 얻었습니다. 그런데 왜 한-쿠바 수교사진은 없는 걸까, 여전히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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